우리나라에는 세 명의 여왕이 있다.

신라의 선덕, 진덕, 진성여왕이다.

 

이중에서 최초의 여왕인 선덕은 마음으로 만 백성과 결혼한 인물이다.

 
그런데 실제는 남편이 셋이나 된다.
신라시대의 여왕은 남편을 세 명까지 둘 수 있었다.

 

선덕의 첫 째 남편은 숙부, 즉 작은아버지인 김용춘이다.

선덕은 아버지 진평왕에게 숙부인 용춘을 사신(私臣:남편)으로 삼겠다고 했고, 진평왕은 허락했다.


선덕은 이후 용춘 외에 흠반(欽飯)과 을제(乙祭)라는 멋쟁이를 남편으로 추가했다.

 

그녀는 즉위하자 마자 관리를 전국에 보내 백성들의 생활상을 보고하게 하고 이를 근거로 조세를 감면해줬다.
가난한 이들의 구휼활동에 앞장 선 그녀는 농사일에 도움이 되도록 첨성대 건립도 지시했다.

 

 

이런 그녀를 백성들은 국왕의 권위가 아닌 연인으로서 짝사랑했다.
그 중의 한 명이 지귀(志鬼)다.

 

빼어난 미모, 따뜻한 가슴에 지혜로움도 갖춘 여왕에 푹 빠진 지귀는 상사병을 앓고 있었다.
그는 여왕이 서라벌 시내를 행차하면 여느 청년들처럼 거리의 인파가 돼 멀찌감치서라도 선덕이 아닌 가슴속의 선녀를 보곤 했다.

 

 

 

하루는 여왕이 영묘사에 불공을 드리러 갔다.
소식을 들은 지귀는 여왕을 뵐 수도 있다는 기쁨과 걱정 등에 빠져 밥도 먹지 않고 온 동네를 여왕을 부르며 달렸다.

 

 

이를 본 여왕은 자초지종을 시종에게 보고하도록 했다.
"여왕폐하. 아뢰옵기 황송하옵지만 활리역에 사는 청년 지귀가 폐하를 사모한다고 하옵니다."

 

자기 좋다는 데 싫어할 사람은 없는 법.
선덕은 순간적으로 여왕이 아닌 여인의 마음이 되었으리라.

 

 

청년 지귀에게 자신이 잘 보이는 앞 부분에서 행차를 따라오도록 했다.
지귀는 춤을 추며 행렬을 따랐다.

 

 

여왕이 국태민안을 위한 불공을 드리는 동안 지귀는 탑 아래에서 연인을 생각하다 깜박 잠이 들었다.
포석정(실제로는 유흥지가 아닌 제사를 지내던 곳)에서의 둘 만의 뱃놀이도 잠깐.

 

 

 눈을 떠 보니 여왕 일행은 간데 없다.
다만 여왕이 사랑의 징표로 놓은 금팔찌만 가슴에 있다.

 

사랑의 희열과 벅찬 가슴, 떠나버린 님에 대한 그리움이 교차한 지귀의 심장은 불탔다.
그의 심장은 활활 타올랐고, 온몸으로 불이 번졌다. 탑을 만지자 탑도 불기둥에 휩싸였다.

 

이후 지귀는 불귀신이 되었다.
사랑의 큐피트 화살을 맞은 선덕여왕은 사랑하는 님을 위해 영묘사(靈廟寺)를 재건립하였다.

 

 

대동군옥에는 당시 상황이 이렇게 적혀있다.

 

心火繞塔
마음의 불이 탑을 맴돌다

志鬼新羅活理驛人. 慕善德王之美麗, 愚愁涕泣 形容憔悴.
지귀는 신라 활리역 사람이다. 선덕왕의 아름다움과 수려함을 사모했다. 근심으로 울고 지내 몰골이 초췌해졌다.

王幸寺行香, 聞而召之. 志鬼歸寺塔下 待駕行, 忽然睡?.
왕이 절에 행차하다가 소식을 듣고 그를 불렀다. 지귀는 절의 탑 아래에서 기다리다 잠이 들었다.

王脫臂環 置胸還宮. 後乃睡覺, 志鬼悶絶良久 心火出繞其塔 卽變爲火鬼.
왕은 팔찌를 그의 가슴에 얹어두고 궁으로 돌아갔다. 잠이 깬 지귀는 고민과 절망으로 마음의 불이 일어났다. 탑을 맴돌다가는 불귀신이 되었다.

王命術士作呪詞曰 : "志鬼心中火 燒身變火神. 流移滄海外 不見不相親."
왕이 점술사에게 물으니, 지귀가 마음 속의 불로 몸이 타 불귀신이 되었다. 바다로 띄워 보지말고 생각지도 말라했다.

時俗帖此詞於門壁 以鎭火炎.
시속첩차사어문벽 이진화염.
그때 (신라)풍속에 이 글귀를 문의 벽에 붙여 화재를 막았다.

 

 

 

신라 최고 여성으로 인기절정을 치닫던 선덕여왕은 여성 음경과 남성 물건 사이의 오묘한 조화를 활용한 정치로 신라를 구했다.

 

여왕은 영묘사(靈廟寺) 옥문지(玉門池)에 겨울인데도 개구리들이 운다는 보고를 듣자 부산(富山)아래 여근곡(女根谷)에 군사 2천명을 급파한다.

 

그곳에는 백제(百濟) 정예병 500명이 궁성 습격을 위해 숨어 있었다.

 신라군은 이들 500명과 다른 산에 숨어있던 1200명 등 백제 기습군을 전멸시킨다.

 

여왕의 해설을 들어보자.

"개구리가 성난 모양을 하는 것은 병사(兵士)의 형상이요. 옥문(玉門)이란 곧 여자의 음부(陰部)다.

 여자는 음이고 그 빛은 흰데 흰빛은 서쪽을 뜻하므로 군사가 서쪽에 있다는 것을 알았다.

 

 

또 남근(男根)은 여근(女根)이 들어가면 죽는 법이니 그래서 잡기가 쉽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산의 형세를 남근과 여근으로 보는 여왕.
그녀가 보는 여성의 심벌을 작은 몸의 그것이 아니었다.

 

그리고 남근은 여근 속에 들어가면 언제난 죽는 이치를 아는 여왕.
그녀는 평생을 만인의 연인으로 살았다.

 
남편이 셋이나 있으면서 왜 그랬을까.
그녀는 비담의 반란 와중에 죽는다.
 
피살 가능성이 높다.
아마 궁중에서 벌어진 골육간의 상간에 따른 권력다툼과 사랑다툼의 희생자는 아닐까.
Posted by 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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